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喜壽해를 맞는 所懷
  • 등록일 2018-10-11
  • 글쓴이 정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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喜壽해를 맞는 所懷


수필가 정 하 웅


 금년으로 喜壽해를 맞았다. 喜壽란 나이 일흔 일곱 살을 일컫는 말로써 喜자를 초서체로 쓰면 그 모양이 七十七을 세로로 써 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유래된 것 같다. 稀壽(70세/古稀)를 ‘드물게 오래 산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면 喜壽는 이보다 7년을 더 살기에 ‘오래 살아서 기쁘다’는 뜻인 것 같다. 77년이란 세월은 개월로 치면 924개월, 일수로 치면 28,105일로써 긴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지나고 보면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들 짧은 인생에 대해 '잠깐 있다 없어지는 안개', '한 조각 뜬구름', 또 어떤 이는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으로 표현한 것만 봐도 그런 것 같다. 이처럼 내 인생 또한 덧없이 흘러간 것 같다.
 그래도 우리세대는 運 좋게도 紀元이래 두 번째로 찾아 온 稀貴한 時代에 살아왔다. 이는 곧 1000~2000년 두 밀레니엄(Millennium)과 20~21 두 세기(Century)가 걸쳐진 時期이다. 1밀레니엄은 1000년으로서 그중 1년은 1/1000년 또는 0.001년이 되고, 1세기 중 1년은 1/100년 또는 0.01년이 되기에 극히 희귀한 것이다. 이래서 새 밀레니엄을 맞는 1999년 12월 31일은 millennium day라 하여 전 세계가 온통 축제의 장이 되었던 것이다. 이 시기에 태어난 것만 하더라도 영광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더불어 또 하나의 경이로운 일이 이 시기에 일어났다. 그것은 곧 반만년이나 지속돼 오던 가난을 물리친 일이다. 운이 좋게도 강력한 지도자의 등장과 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가 담긴 「새마을 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것도 6·25전쟁이라는 참상을 딛고 일궈낸 것이었기에 더욱더 빛나는 것이다.

 5천 년 대대로 이어온 가난으로 인해 백성들의 삶은 얼마나 핍박 했으며, 나라살림 또한 얼마나 피폐했었던가. 이 암울했던 시대를 벗어나면서 일군 국가경제는 세계가 놀랄 정도로 성장되었다. 광복 후 70년 동안 이룩한 성과를 보면, 1인당 GDP는 66달러에서 2만8,180달러로 무려 420배 이상이 늘었고, 수출액 또한, 1956년 2,500만 달러에서 5,727억 달러로 58년 만에 2만2천 배가 넘는 세계6위로 발 돋음 했다. 이는 단군 이래 가장 위대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먼 옛날 삼국통일이나 고려ㆍ조선의 개국, 그리고 8ㆍ15광복 등 사회 대변혁들이 이루어지긴 했었으나 그것들이 이보다 더 큰 업적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백성들의 가난을 물리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人生 80도 채 안되지만 원시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 천 년을 살아온 느낌이다. 이는 곧 내가 어릴 때 사용했던 곰배, 지게, 도리깨 등 원시적 농기구들이 이 시대에 와서 경운기, 트랙터, 이앙기 등으로 기계화가 됐고, 부족 됐던 식량, 땔감 등이 이 시대에 와서 완전히 충족되었으며, 초가집, 부엌, 천수답, 수리시설, 도로 등이 이 시대에 와서 모두가 현대화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들을 직접 체험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생의 노년기를 흔히들 황혼기라고 한다. 계절로 치면 늦가을이기도 하고, 하루로 치면 저녁 해가 넘어가는 때를 이르기도 한다. 곡식들이 가을에 결실을 맺듯이 인생도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그 무게감은 더해가는 것 같다. 그렇기에 작가들의 황혼기 때의 작품은 온갖 노하우와 기술이 더해져서 대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노년이 되면 쌓인 경륜으로 인해 見聞이 풍부하고 보다 博識해 지기마련이다. 그런데도 일부 젊은이 들은 노인들은 아무런 물정도 모른다고 하면서 아예 무시하거나 대화마저 기피하고 있다. 실은 알면서도 가만히 있어서 그렇지 세상 돌아가는 물정은 젊은이들 뺨친다. 최근 들어 이래저래 소외당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것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것은 곧 나이가 연만해질수록 나타나는 정신적ㆍ신체적 노쇠현상이다. 지적능력이 감퇴되는 것은 물론 시각ㆍ청각 등의 감각기능과 피부ㆍ모발ㆍ치아 등의 외적인 변화도 생기게 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결국에는 壽命과도 관련이 있다. 내 나이 정도인 77살 이상 되는 노인은 얼마나 될까 하고 봤더니 현재 200만 여명으로 나타나 있다. 수명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전체인구의 4%가 채 안 되는 적은 숫자이다. 이것을 보고 ‘내가 어느새 이 범주에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쯤에서 집안에 정리할 일이 있으면 서서히 해야 되지 않나 생각된다. 나는 작년에 두 가지 큰일을 했다. 하나는 30여년 만에 편찬한 ‘東萊鄭氏執義公派族譜’에 우리 家系의 변동사항들을 모두 정리해 놓았다. 또 하나는 할머님과 부모님 등 흩어져 있는 묘소들을 한데모아 공원묘원 내에 納骨 家族墓를 조성했다. 금년에 와서는 喜壽 年을 맞아 그간의 흔적들을 모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77년 나이테를 벗겨보니 喜怒哀樂의 갖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그동안 걸어오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일들을 비롯하여 후대들이 알아야 할 일들, 사회부당성지적과 바른 사회를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 기타 지혜롭고 아름답게 살아 온 모습 등을 폭넓게 수록했다. 나의 나이, 健康, 社會的 身分, 生活環境 등에 비추어 책의 제목을 「人生 80%에 感謝」라고 붙였다. 주관적 판단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숫자상으로 대충 그렇다는 거다. 어떻던 80퍼센트는 ‘優’에 속하는 숫자다. 보잘 것 없는 사람이 큰 大過없이 이 정도로 세상을 살아 온 것에 그저 感謝할 따름이다.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시고 보살펴주신 모든 분들께 感謝를 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