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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이고 나발이고 과거는 흘러갔다.
  • 등록일 2022-12-10
  • 글쓴이 윤애단(용범)
  • 조회 /추천 7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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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잘 난 줄 아셨어요.

주변에서 남들이 덕담이랍시고 하는 빈 말에 고무되셨지 싶어요.


큰 아들총각 강화군수된다고 고시공부하고 있시꺄?

얼마나 좋시꺄?

우리 아들은 가방끈이 짧아 인항버스 조수로 취직했시다.”

 

그랬어요.

새벽종이 울리면 너도 나도 모두 일어나 새마을 운동했지요.

그때 그 시절 제 고향 마을에 대학생은 드물었어요.

지금이야 너와 나 우리 모두 대학생이 차고 넘치지만…….

 

하니 열세 살 때 청운의 꿈을 안고 어머니의 손을 놓고 고향을 떠나 온 이래요.

금방(金榜)에 이름 걸고 어사화(御賜花) 머리에 꼿고요.

금의환향(錦衣還鄕) 한답시고 고집하던 저였으니요.

제 어머니를 탓할 일이 아니었지요.


더구나 땅 팔고 소팔아 어렵사리 대학교육을 받은 친척 형이요.

서울 장안의 부잣집 사위가 되었어요.

인생 역전했다고 온 동네방네 소문이 자자했으니요.

 

제 어머니는 어쩌다 들어오는 제 혼담을요.

일언지하에 거부하시곤 했어요.

강화도 교장 딸도 면장 딸도 이장 딸도 새마을 지도자 딸도요.

갯마을 과부집 딸도 고개 넘어 동네 목장집 딸마저도…….

 

어머니는 제게 말씀하셨어요.

"공부도 한 때란다

색시감은 얼마든지 있단다

탤런트 김자옥이를 데려 올 수 없느냐?

니 어머이는 자옥이를 며느리감으로 찍었단다."

 

최근 깜짝 놀랐어요.

제 어머니가 일언지하에 거부하셨지요.

이웃동네 목장집 따님이 봉황새가 되셨다 하니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제 어머니나 저나 어리석은 중생들이요.

어찌 봉황새를 알아 보았으리요?

  

혹시라도 영부인께서 제 글을 보실 수 있다면요.

이러실 것 같아요.


아이고! 별 미친 놈 뒤질 때가 되었나, 별 헛소릴 다하고 있네,

내가 하마터면 똥 밟을 뻔 했네 그랴,

이놈아내가 얼이 빠진 미친년이 아니고서야 ,

무엇이 아쉬워 너같이 고시낙방해 7급도 벼슬이라고 빛도 이름도 없이 허덕이는 통일꾼 쫄때기를 거들떠나 보았겠냐고?

총각군수커녕 용케 통일꾼으로 밝혀죽지 않고 살아온 것은 가상하다만, 그 입 다물거라,

아가리를 찢어 놓기전에,

내가 남에 남자 아가리 찢어 밥도 못먹게 만들만큼 독한 강화댁은 아니다만

 

웃어요.

웃자고요.

웃으면 복이 와요.


다가오는 인연들 지나치는 인연들 잘 살펴보세요.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인연을 맺느냐에 따라서요.

인생의 그림이 모두 다 확 달라지니까요. ////

 

​                                              - 글 윤애단(용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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